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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잠들어있던 성호동의 이야기, 예술로 깨어나다

마산 성호동 재생 프로젝트 ‘성호창발’
지역 예술인들, 잊혀진 마을문화 기록
그림·무용·조형·음악 4개 장르로 구현

마산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호동은 지역 유지들이 모여드는 부자 동네였다. 고려시대에는 정동행성터로, 일제 시대에는 추산정에서 만세 운동의 중심이 된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고,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과 창원을 대표하는 춤꾼 이필이 선생의 문화 흔적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때 사람들과 이야기가 넘쳐나던 마을은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사람들은 신도시로 떠났고, 쇠락해 가는 마을의 이야기들은 잊혀져 갔다.

 

그렇게 마산의 대표적인 구도심이 된 성호동의 이야기가 2021년 새롭게 창발한다. 잊혀진 옛 마을의 문화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마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프로젝트 ‘성호창발(城湖創發)’을 통해서다.

 

성호동이 간직한 다양한 문화자산들을 다양한 예술가들이 소리, 몸짓, 조형, 화첩으로 구현했다. 신미란 작가, 박은혜 춤패, 국악관현악단 휴, SnK 컴퍼니 조형연구소 등 총 4개팀이 지난 11월부터 2개월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작업이다.

 

 

신미란 작가는 성호동 사람의 이야기(話)와 그림(畵)을 표현한 ‘성호화첩(成湖話畵)’을 만들었다. 작가는 마을에서 사라져가거나 현존하는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세밀화와 글로 전한다. 도심 포교당의 효시인 성호동 정법사, 성호동에서 시작한 진해콩의 역사 등 마을이 간직한 이야기부터 골목 어귀에서 30년 넘게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신진 이발관의 김종원 이발사, 마을에서 40년 째 땅콩을 볶고 있는 ‘남지 땅콩’의 74세 송영순 할머니 등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화첩에 담았다.

 

 

(사)경남국악관현악단 휴는 성호동 사람들의 옛 이야기를 판소리로 선보인다. 2020 우리동네 별난이야기 성호별곡이란 주제로 일제강점기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주던 풍각쟁이와 동네에서 유명했던 김애정이라는 소리꾼 이야기를 경서도소리와 관현악을 통해 맛깔나게 구성했다.

 

 

박은혜 춤패는 마산의 춤을 대표하는 일란 이필이(1935~2009) 선생 발자취를 엿보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필이 선생이 원장을 역임했던 정법사 부설 대자유치원을 시작으로 선생의 춤 발자취를 찾고, 지역 출신 무용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SnK 컴퍼니 조형연구소’는 ‘성호동 동네 잔치 2020’을 주제로 한 조형물을 임항선 그린웨이 앞에 설치한다. 이들은 풍선 이미지의 조형물을 통해 동네잔치를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러한 결과물은 30일 오후 2시 ‘예술로 성호창발(城湖創發) 창작 발표회’를 통해 선보인다. 이날 발표회는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성호동 이바구 투어’라는 이름으로 마산박물관 앞에서 문신 길을 따라 추산창작공작소 4933을 거쳐 임항선 그린웨이, 성호동 생활문화센터를 지나 정법사에 이르기까지 총 4개 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펼쳐진다. 진행은 성호동을 잘 아는 창동 아지매 김경년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해설사가 맡아 행사장을 맡는다. 코로나19로 참가자는 20명으로 제한하며, 행사 영상은 SNS 또는 유튜브로 송출한다.

 

한편 성호창발은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가 2020 창원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회참여예술창작지원사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사회참여예술창작지원사업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쳐 성장해온 마·창·진의 원도심에 녹아 있는 다양하고 소중한 문화들을 예술로 기록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취지로 순수예술 창작물을 구현하고 예술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고찰해 보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앞으로 지역 예술인들과 뜻을 모아 매년 창원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