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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바다 풍경 1열' 해운대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타봤다!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동해남부선 미포~송정 구간 옛 철길에 기차가 돌아왔다. 새 철길이 생기면서 기차 운행이 멈춘 지 7년 만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설레는 표정으로 다시 플랫폼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의 관광열차 '해운대 해변열차'는 해안절경을 달렸다. 다음달 정식 운행을 앞둔 '해운대 스카이캡슐'도 미리 타봤다.

 

미포~송정 4.8km 구간 해운대 해변열차

일자형 좌석에 하늘·바다 맞닿은 풍경 ‘와르르’

시속 15km로 만화경 같은 풍경 스쳐 가

미포~청사포 2km 구간 해운대 스카이캡슐

지상 7~10m 높이서 시속 4km로 운행

 


 

 

 

■통유리로 바다풍경이 쏟아졌다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의 작은 포구 미포는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의 입구다. 블루라인 파크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개발 사업의 하나로 미포~송정 4.8km 구간에 옛 철도시설을 재개발해 조성된 공원과 관광시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엘시티를 뒤로 두고 기둥 조형물 사이로 들어서면 옛 철길의 역사와 개발 과정을 담은 안내판이 보인다. 1935년 일제의 자원 수탈을 위해 건설된 이 구간 철길은 2013년 복선전철화를 위해 장산터널을 관통하는 직선 선로로 이설되면서 폐선됐고, 여기에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들어섰다. 철길 옆을 걷는 산책로도 정비됐다.

 

입구에서 300m 정도 광장을 걸어가면 미포정거장 건물이 나온다. 해변열차의 출발역이다. 매표소에서 편도와 왕복, 자유이용권 중 코스를 선택해서 표를 사고, 체온 측정과 QR코드 명부 작성을 마치고 타는 곳에서 기다렸다가 정해진 탑승 시각에 열차를 타야 한다.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열차는 옛 전차 모양을 닮은 2량짜리 열차다. 각각 빨강, 초록, 노랑, 파랑 색상의 총 4편성 열차로 해안 풍경과 어우러지면서도 경쾌한 느낌이다. 폭이 좁은 객차는 바다를 마주보고 일자형 좌석이 극장식으로 단차를 두고 두 줄로 놓여있다. 한 편성 총 정원은 200명이지만, 지금은 방역 조치에 따라 한 칸씩 띄어앉기를 하고 있다. 전기 배터리 충전식이라서 공해가 없고 기차 안팎의 소음도 적은 편이다.

 

열차가 출발하면 곧장 통유리창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와르르 쏟아진다. 좌석과 창이 가깝고 열차와 바다도 지척이라 바다 풍경 1열의 실감이 생생하다. 안내방송에 따르면 오른편으로 멀리 광안대교와 오륙도가 보이는 이 바다는 남해와 동해의 경계다. 맑은 날에는 직선으로 48km 거리 대마도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25m 길이 짧은 달맞이터널을 나오면 일출과 월출이 모두 아름다운 청사포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다. 다릿돌전망대를 지나 조개구이 식당 간판이 보이면 청사포정거장이다. 이어 열차는 구덕포를 거쳐 송정으로 들어선다.

 

열차는 총 6개 정거장을 지난다. 미포정거장(입구에서 0.3km 지점)~달맞이터널(0.8km)~청사포정거장(2.3km)~다릿돌전망대(2.9km)~구덕포(3.4km)~송정정거장(4.8km) 순서다. 평균 속도는 시속 15km. 20분을 좀 넘는 편도 탑승 시간은 지루할 새가 없다.

 

유리창 너머는 온통 잔잔한 바다였다가 솔숲 가지에 수평선이 걸렸다가 파도가 바위에 부서졌다가 투박한 횟집이나 근사한 레스토랑 건물이 나타났다가 한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활동사진 넘기듯 프레임 밖으로 물러난다. 바다 풍경은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난다. 비가 오고 흐린 날에도 제각각 색깔을 가지고 있어 아름답다. 소나무 너머 푸드트럭과 너른 해변이 펼쳐지는 송정해수욕장이 창을 가득 채울 때는 이국적인 감흥이 있다.

 

■해변열차+스카이캡슐+도보를 조합하면

 


 

 

열차에서 내리면 역과 역 사이를 즐기는 또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기차의 종착역인 송정정거장은 옛 송정역 역사를 해변열차 매표소로 운영한다. 옛 송정역은 간이역으로 운영을 시작해 1941년 보통역 승격과 함께 신축됐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역사와 양쪽 150m 길이 철로, 승강장까지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승강장 옆에는 라면, 어묵, 토스트 등을 파는 푸드트럭존도 있다. 역사를 나서면 곧바로 송정해수욕장. 파도가 좋은 날에는 서퍼들이 바다를 가득 메운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왕복권을 샀다면 송정정거장에서 반대 방향 기차를 탄다. 같은 방향 편도 열차도 당연히 있다. 자유이용권을 구매하면 6개 정거장 어디서나 자유롭게 내려서 관광하다가 다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달맞이터널 간이정거장에 내려서 광안대교 배경 인증사진을 찍고, 청사포정거장에서 몽돌해변을 거닐고, 다릿돌전망대 간이정거장에서 바다 위로 70m 넘게 걸어나가는 전망대에 올랐다가 다시 열차를 잡아타면 된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 전체를 걷기가 힘들지만 볼거리를 빠짐없이 즐기고 싶다면 해변열차 자유이용권이 최선의 선택이다.

 

 

 

조금 더 느려도 좋다면 청사포정거장에 내려 청사포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보자. 출사 명소인 붉은 색, 흰 색의 쌍둥이 등대와 방파제, 선착장에 정박한 어선 수십 척, 크고작은 횟집촌과 인스타그램 감성의 카페가 공존하는 마을은 천천히 거닐기도, 잠시 쉬었다 가기도 좋다. 흰 등대 모양 마을버스 정류장 옥상에 올라가면 얌전히 누운 소 모양의 달맞이고개 해안을 따라 달리는 철길과 산책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르면 다음달 첫째 주부터 해운대 스카이캡슐이 정식 운행을 시작한다. 스카이캡슐은 미포~청사포 2km 구간에 설치된 공중철로를 전기 동력으로 자동운행한다. 4명 정원인 캡슐 단위로 탑승권을 판매해 친구나 가족, 연인끼리 독립된 공간에서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캡슐과 해변열차를 묶은 패키지 탑승권은 따로 사는 것보다 싼 가격으로 지면철길과 공중철길, 도보 산책로를 조합해볼 수 있다.


 

 

미리 타본 스카이캡슐은 지상 7~10m라는 높이가 예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캡슐 내부는 네 명이 앉아도 넉넉할 정도로 넓고, 사방으로 난 창을 통해 바다뿐 아니라 공중으로 뻗은 철로 위를 줄지어 달리는 색색의 캡슐들까지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시속 4km 속도로, 편도 운행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상황실과 연결되는 비상벨이 있어 위급한 상황에는 구조 캡슐이나 최단 경로 대피로를 통해 즉시 구조가 이뤄진다고 한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를 운영하는 해운대블루라인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탑승 인원 제한에도 지금까지 해변열차를 찾은 탑승객은 10만 명에 달한다. 동해남부선의 추억과 바다열차의 낭만, 기차 체험과 걷기 여행을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해운대블루라인은 홍콩의 피크트램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처럼 세계적인 관광시설을 목표로 볼거리와 시설을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