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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新팔도명물]찬바람이 반가운 '동해안 도루묵·양미리'

겨울바다 추억의 맛…'두개의 태양' 떠오른다

 

동해안에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무렵부터 은근히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올해 양미리는 언제쯤 나올까"하는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다. 그 해 나오는 양미리 구이를 먹지 않으면 무언가 빠뜨린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다.

서해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가 있다면, 동해안에는 '서울의 아들, 손주 다 불러모을 수 있는' 양미리가 있다.

터질듯한 배에 가득 찬 알이 매력인 도루묵은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오독오독 씹으며 추운 하굣길을 걸었던 추억의 맛이 되고 있다. 먹거리가 지천으로 넘쳐나는 요즘에도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양미리와 도루묵은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바닷가 사람들에겐 추억 그 자체다.

■ 속초

수복탑 등 대부분 해물식당 주요 메뉴
자박자박하게 조린 도루묵 찌개 별미


양미리와 알도루묵을 실컷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속초 양미리 축제'와 '속초 도루묵 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축제를 주관하는 속초시 양미리자망협회와 청호복합자망협회는 올해 축제 개최 여부를 고심한 끝에 취소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 때문에 예년처럼 축제장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즐기는 운치는 사라졌지만 수복탑 근처나 영랑동 포장마차 야식집을 찾아가도 좋다.

이 계절에 속초에서 양미리나 도루묵 요리를 먹어보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된다. 평소 해물을 취급하는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도루묵찌개나 양미리 구이를 맛볼 수 있다.

도루묵은 알도루묵구이가 최고 인기이며 보통 석쇠 위에 소금을 친 도루묵을 올려놓고 굽는데, 살점과 알이 두터워 자칫하면 태우기 쉽다.

양미리는 직접 불에 굽더라도 도루묵은 보통 식당 주인이 구워준다. 양미리와 도루묵이 같은 철에 나오기 때문에 적당히 섞어서 팔기도 한다.

또 다른 별미는 도루묵찌개로 무와 대파, 고춧가루를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국물이 자박자박할 정도로 졸인다.

 

 

알도루묵도 좋지만 숫도루묵의 연한 살도 맛이 좋다. 도루묵 머리가 들어가야 국물맛이 잘 우러난다. 살이 워낙 연해서 센 불에 가열하면 살이 다 풀어진다.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도루묵식해는 해물탕이나 찜을 하는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기도 하고, 일부 식당에서는 따로 담가 팔기도 한다.

도루묵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뺀 채 적당히 말린 후 양념에 조려 반찬으로 내놓기도 한다.

양미리는 겨우내 말린 뒤 간장조림으로 밑반찬을 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 양양

동해·서울양양고속도로로 접근 편리
갯바위 통발잡이 '색다른 재미' 선사


양양에서도 제철 맞은 도루묵과 양미리를 맛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강릉과 경계를 이루는 남애항에서, 북쪽으로는 속초와 경계지점인 물치항까지 발길 닿는 항구 어디를 가든지 싱싱한 놈들을 만날 수 있다. 동해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양양까지 뚫려 있기에 가능하다.

 

 

겨울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항구에서 구워 먹는 생선구이다. 양양군도 해마다 11월 말이면 물치항에서 도루묵축제를 개최했고, 늘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제가 취소돼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양양으로의 겨울여행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했다면 양양 남부권으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양양북부권 항포구를 찾으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양양 시내 또는 전통시장, 항구 주변 음식점을 찾으면 갓 잡아올린 싱싱한 도루묵과 양미리 맛을 볼 수 있다. 속초, 고성, 양양 등 영동북부권으로 겨울여행을 왔다면 꼭 빼놓지 말 것을 권해본다.

특히 양양전통시장 5일장에 맞춰 여행계획을 세우면 색다른 추억도 가져갈 수 있다. 양양에서도 개인이 도루묵을 잡을 수 있다. 갯바위에서 통발로 잡는 것이 그것이다. 낮보다는 밤에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해가 진 뒤 바닷가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을 해야 한다. 어느 바닷가나 마찬가지로 남획방지를 위해 1인당 통발 1개만 가능하다. 잡는 재미만 살짝 느껴보라는 의미다. 도루묵과 양미리가 제철인 만큼 가격도 저렴해 시장이나 항포구에서 구매한 뒤 맛보는 것이 제격이다.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여 어선들이 들어오는 항포구를 찾으면 도루묵과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도 지켜볼 수 있다. 덤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가능하다.

■ 고성

소금뿌려가며 화롯불에 구운 도루묵
알 쫀득쫀득한 찌개 등 '8味'로 명성


고성지역에도 도루묵과 양미리철이 돌아왔다. 이들 생선들은 초겨울부터 동해안 어디를 가든지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한류성 어종인 도루묵은 러시아와 북한을 거쳐 남쪽으로 산란을 위해 남하하는 첫 길목인 고성 앞바다를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겨울철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현내면 대진항에는 파도를 피해 도루묵 떼가 해안가로 들어오면서 이를 잡거나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는 등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물이 아닌 통발로 도루묵을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는 대진항 인근 해상공원 주변이다. 매년 남획을 막기 위해 개인이 던질 수 있는 통발 수를 제한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도루묵은 고성에서 겨울철 별미로 꼽히고 있다. 고성군이 추천하는 고성 8미(味)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먹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화롯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소금을 살살 뿌려가면서 익힌 뒤 먹는 구이와 칼칼한 맛을 내는 양념으로 끓여 낸 도루묵찌개다. 고성에서는 2가지 방법 모두 맛볼 수 있지만 실내에서 먹는 찌개가 더 인기다.

알이 꽉 찬 도루묵찌개를 맛보다 보면 입안에서 살짝 터지는 알의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비늘 없는 생선이라 아주 담백한 맛이 난다.

 

 

 

알이 없는 수놈은 회로도 먹을 수 있지만 크기가 작아 접시에 담아내려면 수십마리를 회로 떠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 때문에 맛보기 쉽지 않다. 횟집에 가서 주문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고성지역에서는 최북단 대진항은 물론 거진항, 아야진항 등 항포구, 거진전통시장, 간성 천년고성시장 등 어디를 가든 도루묵과 양미리를 맛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

/강원일보=정익기·권원근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