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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희생하고 차별 받은 호남에 정책적 배려 필요”

[2022 대선 잠룡에 듣는다]
기본소득은 성장에 역점 둔 정책
고부담·고복지, 순차적 이행을
저성장 시대 기조 경제정책 바꿔야
공정성 회복해야 불평등도 해소
비주거용 주택 강력한 제재 시급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득권과 당당하게 맞서며 ‘속 시원하게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거칠고 인기영합적’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성남시장 시절인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쓴 맛을 봤던 그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 대법에서 선거법 위반의 굴레를 벗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치권 대권 잠룡들 가운데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는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파이터 정치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 정책 시리즈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시대정신을 ‘공정’, 정치적 동력을 ‘광주 정신’이라고 정의한 그를 민주 진영의 심장인 호남 민심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호남 지지율이 20%대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영한다.

호남 민심은 이 지사의 대권 가도에 절대적 변수다. 호남의 지지를 얻는다면 경북 안동 출신의 경기도지사인 그는 TK(대구·경북)와 수도권을 연결시키며 대권 행보에 날개를 달 수 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아직 유보적이다. 무엇보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결국 호남 민심의 선택은 민주당 대선 경선은 물론 차기 대권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일보는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이재명 지사를 만났다. 밝은 표정의 그는 두 시간이 넘어서는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격정적으로, 다른 한 편으로는 논리적 설명을 통해 그의 정치적 가치와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경제 상황이 격변을 겪을 것으로 본다. 특히, 기술 발전이 심화되면서 저성장과 함께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우려된다. 기술혁명으로 노동의 몫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본소득제 도입 등 경제 정책에서 공급이 아닌 수요 쪽에 방점을 두는 과감한 정책 변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

-시대적·국민적 요구를 어떻게 보고 있나.

▲공정성의 회복이다. 우리가 역사를 되돌려 보면 공정한 시대는 흥했고 불공정한 시대는 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불평등 문제도 결국 불공정의 결과다. 사회 전반에 불평등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 최대한 완화돼야 한다.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국민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통합에 필요한 것은 원칙과 질서다. 룰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예측가능하고 상대를 존중하게 된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규칙을 지키면 손해. 규칙을 어기면 이익, 이런 게 온 사회에 쫙 깔려 있다.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대동세상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룰이 지켜져야 한다. 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하면서 이 부분은 엄중하게 지켜왔고 사회적 통합이라는 성과를 냈다.

-기본소득 등 기본 정책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분배론자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 경제 성장론을 제시한다면.

▲기본 정책 시리즈는 분배가 아닌 경제 성장에 더 역점을 둔 정책안이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모두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다. 재정 정책을 공급이 아닌 수요에 방점을 둬 경제 성장의 마중물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또 수출 주도 국가라는 점에서 각종 규제 타파, 세제 지원, 과학기술 투자 확대 등은 물론 미래를 대비해 탄소세 도입 등을 주도하면서 기업들이 수출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준다는 것인가.

▲경제 규모에 달렸다. 우리는 OECD 평균 복지지출의 절반 밖에 안 된다. 전체 국민 총생산에서 OECD 평균 복지지출은 22% 되는데 우리는 11% 쯤 된다. 조세 부담률도 매우 낮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지급하고 더 많이 쓰는 사회로 가야 한다. 소위 저부담·저복지 국가에서 중부담·중복지, 고부담·고복지 국가로 순차적으로 이행을 해야 된다. 기본소득은 현재 매년 1인 50만원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이후 경제적 상황을 보면서 매월 1인 50만원 정도를 최종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는 현재 약 2000조 원인 GDP가 3000조 원이 되는 시점에서 가능하다.

-지역화폐를 통한 기본소득 등을 강조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돈으로 지급하면 광주에서 쓰면 그 돈이 결국 여의도로 가버린다. 이걸 한 바퀴라도 광주 안에서 돌게 하기 위해서 지역화폐를 쓰는 건데 사람으로 치면 모세혈관, 신체 말단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지역경제, 골목경제가 살고 경제가 튼튼해지고 양극화도 줄어든다. 이게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이며, 경제를 살리는 경제정책이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부동산 문제 해법은.

▲우리나라 주택은 주거 수단이 아닌 투기, 투자 수단이 됐다. 돈 벌이 수단이다. 이걸 고치지 않으면 일본처럼 부동산 대폭락을 맞아 국가 경제가 거덜난다. 우선 비거주용 주택에 대해서는 조세·금융정책 등을 통해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반면 실거주 수요는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또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살만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인과 법인의 주택 매매는 허가제로 전환, 투기를 방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인가.

▲부동산 정책에 신뢰를 주지 못해 투기 심리를 잡지 못했다고 본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서는 고위 당정 인사들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등 강력하고 상징적인 조치들이 필요했다고 본다. 이 정권에서는 집값 상승이 없다는 신뢰와 심리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작은 틈새를 시장 투기 세력들이 파고들었다.

-옳은 말을 거칠게 한다. 포용적 이미지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는 첫 길을 자주 가는 사람이다. 없는 길을 만들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남들이 피하는 길을 간다. 첫 길을 가면 아무래도 상처 입고, 때도 묻는다. 저는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결정하면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하기 때문에 빠르고 거칠어 보일 수 있다. 저까지 ‘포용’의 이름으로 과거에 이뤄져왔던 잘못된 ‘관행’을 외면하면 누가 길을 내겠나. 추진력이 강한 측면이 있지만 사리 판단은 정말 신중하게 한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은 많이 줄어들 것이며, 실제로 최근에 많이 줄였다(웃음).

-80년 5월은 어떤 의미인가.

▲광주는 제 ‘사회적 어머니’다. 5월 광주는 제 인생이 바뀐 계기다. 광주 시민은 대동세상이 어떤 건지 보여줬다. 대한민국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게 5·18민주항쟁이다. 5·18을 통해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이 됐고, 5·18은 저의 가장 핵심적인 정치 동력이다.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 만드는 게 꿈이 됐고, 그 수단이 처음에는 노동인권 변호사, 그 다음은 시민 운동으로 이어졌으며, 결국은 정치를 하게 됐다. 제 정치적 구호는 대동세상인데, 그게 결국 5·18 정신이다.

-호남의 경제 활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호남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에서도 정치적 목적에 의해 소외되는 이중 차별을 받았다. 제 정치적 신념이 공정성에 있다. 특별한 희생을 치른 데는 특별한 보상을 해줘야 진정으로 공정한 세상이 된다. 차별을 시정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지역 인재 중용과 함께 정책적 배려, 재정 투입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광주·전남 통합 등 많은 지자체에서 광역화를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중요한 얘기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제안을 했는데 제가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세상이 바뀌어서 정보통신 기술이 너무 발달하고 산업도 디지털화 됐다. 교통도 발전해서 오히려 거대 도시로 통합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상황이 돼 가고 있다. 유럽이나 외국들도 초광역화가 진행 중이다. 행정구역 통합문제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게 역사성도 있고, 지역성도 있다. 쉬운 주제는 아닌데 ‘방향’은 맞다고 본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패배했는데 거기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또 존경하는 정치인은.

▲큰 공부였다. 수험료가 좀 비쌌다(웃음). 결국은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는데,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우리 정치에서 자신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해서 일을 잘 하는 게 평가를 잘 받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루즈벨트는 뉴딜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었고, 당 태종은 국가의 기틀을 만들었으며 쓴소리 하는 사람한테 포상을 해줬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터를 닦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 위에 길을 만드시고 저는 그 길을 밟아 지금 여기 와 있다.

-최근 호남 지지율이 20%대를 넘고 있다. 지역민들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저는 불공정에 대해서 많이 분노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다. 호남은 이중의 차별과 소외를 받았던 곳이다.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헌신 했는데 불공정하게 홀대받고 가장 차별받았다. 현대사를 같이 살고 있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말은 역사적으로나 미래를 생각하면 매우 의미 있는 얘기다. 세상 일은 다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모든 것이 용기와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리=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