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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막혀있는 비상구 얽히고설킨 전선...달라진게 없는 전통시장 화재 대책

[추석 앞둔 광주·전남 전통시장 보니]
자동확산소화기 갖춘 곳 없고 스프링클러 설치 39% 불과
안전 취약 요소 곳곳 노출…무신경 자치단체들 외면 여전

 

 

전통시장의 열악한 안전 관리 실태가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전 취약 요소가 곳곳에 노출돼 있는 불안한 상황이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먹고 살기 바쁜 영세 상인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안전’에 투자하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자치단체들은 ‘괜찮겠지’라는 낙관주의에 기대 무신경하게 외면하고 여전한 실정이다.

지난 21일 새벽 청량리 청과물 시장 점포와 창고 20여곳이 불에 탄 화재를 계기로 둘러본 광주 지역 주요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자동확산소화기·스프링클러·화재 감지기 등 소방시설은 여전히 미흡했고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선, 불 꺼진 피난 유도등 등으로 대형 화재시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만했다.

 

 

◇낡은 소화·전기설비 개선은 언제쯤= 전통 시장의 경우 노후 건물에 미로같은 통로, 피난 통로 곳곳에 쌓여 대피를 어렵게 만드는 적치물 등으로 초기 진화가 안 되면 화재가 급속도로 번지는 불안한 구조에 노출돼있다.

대표 전통시장인 광주 양동시장도 비슷했다. 추석맞이 제수용품을 구매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지만 통로는 미로같이 얽혀있었고 곳곳에는 불에 타기 쉬운 나무나 종이 등 적치물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발생했던 대형 화재 상당수가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대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동확산소화기·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요구되지만 양동시장에서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지난해 실시한 ‘전통시장 화재안전점검’ 결과는 열악하지만 개선은 더딘 전통시장의 안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광주·전남지역 전통시장 내 통로, 계단, 지하주차장 등 공용 공간에 설치된 자동확산소화기는 전무했다. 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광주지역 122개 점포 중 40곳만 설치됐다. 전남은 129곳 점포 중 34곳만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시장도 극히 드물었다. 광주지역 전통시장 중 설치 대상 점포는 293곳이지만 고작 39.3%(117곳)만 갖춰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그나마 시장 공용공간에 비치해놓는 수동식 소화기의 경우 광주 10개 전통시장은 100%인 반면, 전남 12개 전통시장에서는 고작 절반 수준인 58.3%에 머물고 있었다.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도 중 충남(33.33%)에 이어 2번째로 낮다. 공용 공간에서조차 이런 상황인데, 개인 점포별 안전 대책이 나을 리 없다.

전남지역 전통시장 점포 마다 설치한 수동식소화기 비율도 43.9%에 그쳐 대구(35.8%)를 빼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식용류 등 기름을 취급하는 조리기구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진압하기 좋은 K급 소화기를 갖춘 광주지역 전통시장 점포는 고작 1곳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회의원은 “1년 전 결과 보고서임에도, 광주·전남 전통 시장에 대한 화재 안전 대책 개선이 미흡하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막혀 있는 비상구, 꺼진 유도등=전통시장의 피난구 유도등·통로유도등 등은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한 필수 시설이다. 특히 복잡한 미로구조가 특징인 전통시장에는 절실하다.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경우 그러나 설치되지 않은 시장도 많다. 설치됐더라도 찾아보기 힘들고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게들이 내놓은 짐 때문에 겨우 다닐 정도에 불과한 비좁은 통로 구간은 비상시 대피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양동시장 내 2층 건물로 올라서는 폭 1m도 되지 않는 좁은 비상구 계단에는 LPG가스통 2개가 놓여있어 긴급한 대피 상황에선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컸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화재안전진단 결과보고서도 광주지역 10곳의 전통시장 중 유도등·비상조명을 설치한 점포는 1000개가 넘는 대상 시설 중 고작 14곳에만 설치된 것으로 지적했다. 그나마 14곳 중 2곳은 충전 불량으로 불이 들어오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시 불을 끄는 데 효과적인 상수도 소화용수 설비나 제연 설비를 갖춘 시장은 전무했고 비상벨·단독경보감지기 등을 갖춘 곳도 손으로 꼽았다. 단독경보감지기의 경우 설치만 됐을 뿐 대부분 불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실시한 광주10곳, 전남 12곳의 전통 시장을 대상으로 한 화재 안전진단결과, 광주지역 전통시장 소방시설 안전등급은 B등급 2곳, C등급 5곳, D등급 2곳에 머물렀다. 최근 화재가 발생, 수십여곳의 점포가 불에 탄 청량리 시장의 안전등급은 C등급이었다.

전남도 B등급 2곳, C등급 4곳, D등급 4곳, E등급 2곳으로 나타나 지역 전통시장 화재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