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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기획] 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8>금오지맥2(백마산~금오산 서봉~제석봉~송천산)

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금오지맥2(백마산~금오산 서봉~제석봉~송천산)

 

금오지맥을 이루는 봉우리들은 1천m를 넘지 않지만 800m에 달하는 산들이 이어져 있다. 산줄기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내린 비는 대가천으로 모여들고 왼쪽에 내린 비는 감천으로 흘러드는 분수령이다.

 

증산면에서 갈라진 산줄기는 시 경계를 이루며 지례면, 조마면, 감천면을 거쳐 아포읍까지 김천의 동남쪽에 걸쳐 있다. 특히 아포읍에서는 금오산을 만나 한껏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산줄기는 다시 아포읍의 진산 제석봉과 국사봉을 이루며 지맥의 끝자락 송천산으로 이어진 후 구미시 고아읍과 선산읍을 지나 낙동강으로 스며든다.

 

◆금오지맥에 얽힌 이야기들2

 

▷선비 강혼과 기생 은대선의 사랑 이야기

 

'부상역의 한바탕 즐거움이여(扶桑館裏一場歡)/ 나그네 이불도 없이 촛불은 재만 남았네(宿客無念燭燼殘)/ 열두 무산선녀 새벽꿈에 어른거린다(十二巫山迷曉夢)/ 역루의 봄밤은 추운 줄도 몰랐구나(驛樓春夜不知寒)'

 

중종 시절 대제학을 지낸 강혼(姜渾'1464~1519)이 경상감사로 지방을 순행하다 성주의 관기(官妓) 은대선과 정이 들어 부상역에서 이불도 없이 하룻밤을 보내며 지은 '부상역의 봄밤'(扶桑驛春夜)이란 시조다.

 

선비 강혼은 경상감사로 지방을 순행하다 성주의 관기(官妓) 은대선(銀坮仙)과 정이 들었다. 이별을 앞두고 금오산 아래 부상역까지 함께 왔지만 덮고 자야 할 이불은 벌써 개령역으로 보낸 뒤라 이들은 이불도 없이 하룻밤을 보낸다.

 

객사에서 마지막 회포를 푼 후 강혼은 이별의 아쉬운 마음을 담아 3수의 시를 남겼다. '부상역의 봄밤'은 그중 하나로 지금도 '묵계집' 등에 실려있다.

 

은대선은 부상역을 지나 상주까지 강혼을 따라갔으나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다.

 

강혼은 조령을 넘어 도성을 향하다 성주 서생을 만나 함께 술잔을 나누던 중 은대선 생각에 즉석에서 사모하는 마음의 시와 편지를 써 서생을 통해 은대선에게 보냈다.

 

은대선은 이를 병풍으로 만들었다. 당시 성주를 지나는 선비들이 일부러 객관에 들러 병풍을 구경하고 지났다는 얘기도 전한다.

 

송계 권응인(權應仁)이 강혼이 세상을 떠난 뒤 훗날 은대선을 만났는데 이미 여든이 된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다가 이제는 흰 머리카락이 흩날리네로 변했습니다"라고 강혼이 써준 시를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순애보가 전한다.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길지를 지키는 인공 숲

 

국사봉 자락에 있는 아포읍 송천3리는 금계마을로도 불린다. 마을은 풍수지리로 볼 때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의 명당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지세(地勢)의 경우 마을 앞이 개방되면 닭이 알을 편하게 품지 못해 우환이 든다고 하여 마을 주민들은 1710년 마을 입구 땅을 공동매입해 소나무를 심어 밖에서 마을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인공 숲을 조성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마을 앞에는 노송과 약 500여 평의 땅이 마을 공동소유로 남아있다.

 

▷학문과 예를 아는 고을, 아포

 

고려 말 서북방면병마부사(西北方面兵馬副使)를 지낸 송월당(送月堂) 이사경(李思敬)이 고려가 망하자 다섯 아들을 데리고 낙향해 은거한 곳이 아포 지방이다. 송월당은 서당을 열어 후학을 양성했는데 명성을 듣고 전국에서 인재가 몰려들어 당시 가구 수가 300호에 달할 정도로 마을이 크게 번성했다고 전한다.

 

이때부터 아포는 학문과 예를 아는 고장으로 명성을 얻었고,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유학의 도리가 마을 이름에 정착돼 현재도 인리, 의리, 예리, 지리 등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오지맥을 오르다2

 

▷백마산

 

농소면 봉곡2리 마을 입구에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등산로는 오르막 나무계단으로 시작한다. 소나무 숲길 곳곳에는 송이가 많이 나는 곳이라 송이 채취금지 표시와 진입 차단을 위한 줄을 쳐놓았다.

 

오르막과 평탄 길을 반복하다 보면 나무 의자로 만든 쉼터가 있다. 중간 능선을 지나면 전망 바위를 만난다. 탁 트인 조망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정상에 가까워지면 고방사에 오르는 길과 합류하고 몇백 미터를 더 오르면 백마산 표지석이 반긴다.

 

▷금오산(서봉, 성안전위봉)

 

부상고개에 김천시가 만든 들머리 주차장이 있다. 차량을 주차하고 입구 컨테이너 뒤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는 잘 정비돼 두세 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산자락에 들어서면서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굽은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가파른 등산로는 능선에 도달하며 다소 완만해 지다가 어느 순간 앞이 확 트이면서 금오산 제1전망대가 보인다. 암산 머리에 왕관을 쓴 모양인 제1전망대는 바위 아래로 크게 돌아 뒤편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다.

 

제1전망대에 오르면 남면은 물론 김천혁신도시와 칠곡군 북삼면 일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다시 길을 재촉하다 보면 제2전망대를 지나 금오산성을 만난다. 금오산성을 넘어 몇백 미터의 평탄 길을 걷다 보면 금오산 서봉 표지판이 반긴다. 금오산성 내부는 대체로 완만하다. 약간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금오산성안의 분지에 도착한다. 산성 안에는 물이 있어 이전에는 사람들이 거주했다고 전한다.

 

오른쪽으로는 금오산 정상 현월봉으로 오를 수 있고 왼쪽 시 경계를 따라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금오산 성안전위봉 표지판이 반긴다.

 

 

▷제석봉~효자봉(백마산)

 

아포읍 제석리에서 시작한 산길은 바위가 곳곳에 드러난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한참을 오르다 보면 국사봉에서 오르는 능선과 만난다. 능선에 올라서 몇백 미터를 진행하면 제석봉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확 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바위를 만나다.

 

바위를 지나면 곧 정상이다. 제석봉 정상에는 수많은 돌탑과 전망데크가 있어 감천 일원과 농소면, 멀리 낙동강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국사봉은 다시 오던 길로 돌아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보면 정상 표지석을 볼 수 있다. 국사봉 정상은 나무로 가려져 볼거리가 없다. 국사봉 정상을 지나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효자봉 정상 헬기장이 있다. 효자봉을 지나 소나무 숲사이로 하산길이 이어진다.

 

 

▷송천산

 

금오지맥의 끝에 위치한 송천산은 아포읍 송천리와 구미대학교 입구에서 오를 수 있다. 구미대학교 입구 마을 안길에서 시작한 산길은 완만한 경사를 타고 모다아울렛 뒷산으로 이어진다.

 

완만하던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뀌며 사방이 소나무 숲으로 가려 깊은 산중에 온 듯하다. 정상을 앞두고 능선에 오르면 다시 완만한 산길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송천산 정상에서 계속 직진하면 구미시 다봉산으로 이어진다.

 

◆금오지맥에 속한 산들

 

▷삼방산(고드름산·865) ▷염속산(870) ▷염속봉산(679) ▷연봉산(704) ▷글씨산(757) ▷빌무산(별미산·783) ▷칫솔산(536) ▷고당산(603) ▷백마산(갈수산·716) ▷금오산(서봉·887) ▷금오산(성안전위봉·852) ▷제석봉(512) ▷국사봉(480) ▷효자봉(백마산·433) ▷송천산(397)

 

〈참고문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경표(신경준 지음, 박용수 해설), 김천의 산(김천문화원), 한글산경표(현진상),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도움주신분들〉 자문=송기동·강주홍, 사진=박광제·이종섭, 드론=윤삼원, 산행=김삼덕·임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