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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태풍에 속수무책 고리원전, 대책 마련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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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전국의 원전 중 태풍으로 인한 사고·고장 발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쪽 해상을 바라보고 있는 고리원전은 태풍 북상 루트에 위치한 특성상 앞으로도 ‘기후위기’ 시대에 ‘슈퍼 태풍’이 상륙한다면 원전 가동 중단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000년부터 20년간 모두 13건

이 중 고리서 10건 발생 전국 1위

‘마이삭’ 땐 원자로 정지 등 6건

태풍 북상하는 경로에 원전 밀집

“슈퍼태풍 오면 가동 중단” 경고

 

15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2000년 1월 1일부터 약 20년간 ‘태풍’ 요인으로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고장 건수는 전국에서 모두 13건이다. 이 중 고리원전에서만 10건이 발생해 가장 많은 76.9%를 차지했다. 특히 이달 내습한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고리원전에서 외부전력 차단과 원자로 자동정지 등 무려 6건의 문제가 발생했다. 나머지 4건은 2013년 9월 태풍 ‘매미’의 여파로 발생한 것이다. 고리원전 외 태풍 영향 원전 사고·고장은 한울원전에서 2건, 월성원전에서 1건 발생했다.

 

현재 전국의 원전 24기 중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를 포함,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 원전 6기(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있다. 고리원전이 태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전 여러 기가 남쪽 해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1~4호기 원전 4기는 해안과 직선거리로 150~170m가량 떨어져 있으며, 모두 남쪽을 향하고 있다. 태풍이 북상하는 경로에 밀집 원전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남 영광군의 한빛원전은 서쪽 해상,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은 동쪽 바다,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은 남동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고리원전에 견줘 태풍 피해가 확연히 적다.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역대 태풍은 대부분 남쪽 해상을 거쳐 북쪽으로 향했다. 태풍 ‘덴빈(2000)’ ‘루사(2002)’ ‘매미(2003)’ ‘볼라벤(2012)’ ‘차바(2016)’ ‘마이삭·하이선(2020)’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기후변화 탓에 앞으로 더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최근 북태평양 필리핀 해역의 고수온 현상을 대형태풍 발생 원인으로 꼽았다. 해당 해역 표층 수온이 예년에 비해 높은 데다 수심 50m까지 고수온층이 형성된 것은 이달 들어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생성·발달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고리원전이 태풍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사고 통계와 기후변화를 고려할 때 고리원전이 국내 원전 중 지리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태풍 피해에 속수무책인 것이다”며 “원전 사업자와 규제 당국은 노후원전 순차적 폐쇄와 송수전설비 안전성 강화 등 슈퍼태풍에 대비한 후속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은 태풍으로 문제가 발생한 기기들을 모두 절연체인 ‘가스절연모선(GIB)’ 구조로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원전의 경우 안전성 관련 구조물은 100년 빈도의 태풍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면서도 “앞으로 태풍 피해가 불거지지 않도록 옥외 노출 구간의 고장 난 기기들을 모두 개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